고추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
ㅡ 고추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 ㅡ
낙향하여 농사짓는 인생 무사에게
가인 공주를 호위하라는 전갈이 왔다.
왕의 전갈을 받은 무사 인생은
가인 공주를 호위하기로 다짐하고는
대바구니 배에 몸을 싣고 궁으로 향했고
궁에서는 아름다운 가인 공주가
인생 무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생기고 무예가 뛰어난 인생 무사를 만나 반갑소!
이웃 나라까지 저를 무사히 잘 데려다 주기를 바라오!"
"예쁘신 공주님을 모시게 되어 저도 영광입니다.
무사히 도착하도록 끝까지 공주님을 보필하겠습니다."
첫눈에 일심동체가 된 두 사람은
이웃 나라를 향해 머나먼 여정에 올랐다.
그러나 첫 번째 고갯마루를 오를 때
갑자기 인생 무사의 몸이 아파져 왔고
그 모습을 무서운 호랑이가 쳐다보고 있었다.
`천하 무사 인생의 몸에 이상이 생겼단 말이지?
이런 기회가 오다니! 이번에는 소원을 풀고야 말겠다!`
그리고는 두 사람을 향해 소리쳤다.
"인생 무사의 다리를 물어 뜯기겠느냐?
가인 공주의 예쁜 알몸을 나에게 보이겠느냐?"
"뭐라고? 내 알몸을 보이지 않으면
인생 무사의 다리를 물어 뜯겼다고?"
그러나 인생 무사의 각오는 대단했다.
"지금 제 몸이 좋지 않아 싸울 수는 없지만
호랑이에게 어찌 공주의 알몸을 보이겠는지요?
제 다리가 떨어져 나가더라도 공주를 지키겠습니다!"
결국, 인생 무사의 다리는 물어 뜯겼고
가인 공주는 그런 인생 무사가 얼마나 고마웠던지
공주라는 신분도 버리고 품에 안고서 하룻밤을 지냈다.
다음날 두 번째 고갯마루를 넘을 때
또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큰 소리로 말했다.
"팔을 물어 뜯기겠느냐? 공주의 알몸을 보이겠느냐?"
"뭐라고? 내 알몸을 보이지 않으면
이번엔 인생 무사의 팔을 물어뜯겠다고?"
"가인 공주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팔다리가 다 떨어져 여기에서 죽더라도
공주님의 알몸을 호랑이에게 보일 수는 없습니다."
결국, 두 번째 고개에서 인생 무사는 팔을 물어뜯겠고
가인 공주는 피투성이가 된 인생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고마움이 사랑으로 변했던지
잠자는 인생 무사의 입술에 입술을 포개었다.
날이 밝아 세 번째 고개를 넘는데
또다시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고함을 쳤다.
"공주의 알몸을 보이겠느냐?" 고추를 뜯기겠느냐?"
가인 공주는 눈물이 났다.
`뭐라고? 인생 무사의 고추를?`
인생 무사도 깜짝 놀랐다.
`뭐라고? 고추를 물어뜯겠다고?`
"빨리 대답하지 않고 뭘 꾸물대느냐!
셋을 셀 동안 답이 없으면 고추를 뜯겠다."
인생 무사도 고추에는 민감했다.
`고추를 물어 뜯기면 어떻게 되지?`
"하나 ~! 두..우울 ~~!!.."
인생 무사는 고추를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좋다! 고추를 뜯어 먹든 삶아 먹든 마음대로 해라!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공주의 알몸을 보일 수는 없다!"
바로 그때 가인 공주가 바위에 올라 호랑이를 보고 소리쳤다.
"못 된 호랑이야! 인생 무사에게 손끝 하나 대지 말고 이리 오너라!"
"알몸을 보여주기라도 하겠다는 거냐?"
"그렇다! 내 알몸을 너에게 보일지라도
인생 무사의 고추를 다치게 할 수는 없다!"
그리고는 돌개바람을 일으키더니
알몸을 만들어 버렸다.
공주가 알몸이 되는 순간 인생 무사는 울었다.
자기의 고추를 살려준 가인 공주의 고마움에 울었고
호랑이에게 알몸을 보이게 만든 죄책감에 인생 무사는 울었다.
"공주님! 이제 저는 공주님을 바라볼 면목이 없습니다.
호랑이에게 알몸을 보이게 만든 저를 여기서 죽여주십시오!"
"인생 무사가 왜 나를 바라볼 면목이 없단 말이오!
내 알몸이 중요하듯 인생 무사의 몸도 나에겐 중요하오!"
호랑이에게 알몸을 보인 부끄러움도 잊은 가인 공주!!
여정을 향해 앞장서는 그의 모습은 너무나 행복해 보였다.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