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사랑하는 사람이여

봄의화신 2009. 12. 10. 09:40

    사랑하는 사람이여
    그 많은 인연을 제치고 만난
    당신과 내가 마음 열고 살아가는 동안
    어찌 웃음 웃는 날만 있겠습니까
    살다보면 무심코 던진 한 마디 말에도
    서운한 마음 여미지 못하고 걸려 넘어져서
    어금니 바득바득 갈게 하는 날도 있겠지요
    그런 날엔
    우리 서로 말을 아꼈으면 좋겠습니다
    당신 혹은 나의 감정이 성난 파도처럼
    격해 있을 땐
    그 어떤 말 속에도
    고귀한 설득력 따윈 없을 테니까요
    그럴 땐 한 발짝만 뒤로 물러 서서
    성급하게 조각난 언어의 파편
    인내로 모자이크 해보는 건 어떨까요
    한 세월 살다보면
    늘 처음처럼 애틋하고 부드럽고
    그윽할 수야 없겠지만
    우리 서로 아무리 미운 날 있어도
    심장 깊숙이 박혀 증오로 들락거리는 말이나
    환한 웃음 끝에 스미는 허탈감이나
    혼자 돌아누워 베갯잇 적시는 눈물 같은 것
    함부로 품고 사는 일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심미숙詩人의『행복을 키우는 노트』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