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요리]자연식 전문가가 추천하는 봄나물 밥상

봄의화신 2010. 3. 26. 18:20

나물에 견과류 넣으니 혀끝이 고소
'자연이 주는 재료'로 만든 '100% 채식' 밥상…
발효식품도 쓰지않고 된장은 즉석에서 만들어

1992년 9월 고교 체육교사였던 송학운(60)씨는 직장암 말기였다. 체력 유지를 위해 즐겨온 술과 고기 탓이었다. 여러 민간요법을 써봤으나 소용없었다. 대수술을 받은 송씨는 아내 김옥경(51)씨와 경북 산골로 들어갔다. 요양원에서 나온다는 자연식을 알게 된 부인 김씨는 군화를 신고 산나물을 뜯으러 산을 타기 시작했다.

요리 솜씨가 남달랐던 김씨는 '절대 채식'을 원칙으로 하는 자연식 밥상을 매일 차려냈다. 열흘 만에 처음으로 변 같은 변을 보던 날, 송씨는 화장실에서 혼자 울었다. 17년이 지난 지금, 그는 건강하다.

지난 18일 경남 양산시 원동면 내포리 '자연생활의 집'에서 송씨를 만났다. 자연생활의 집은 송씨 부부가 2001년부터 '9박10일 자연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다. 해발 500m에 지어진 집 두 채에서 열흘마다 70명이 숙식한다. 18일 오전 9시, 등산복을 입고 모자를 눌러쓴 서너명이 산행을 위해 숙소를 나서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병을 이겨내려고 애쓰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오전 5시 30분에 일어나 6시에 맨손체조를 하고 7시 30분·12시 30분·5시 30분에 식사를 한다. 나머지 시간은 산책이나 등산을 한다. 4월까지는 예약이 찼다.

남편의 항암 치료를 계기로 자연식을 연구하게 된 김옥경씨는“자연식을 맛보고 건강해진 분들을 보는 것이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 김용우 기자

체험 프로그램은 아내 김씨의 자연식 식단이 핵심이다. 매끼 식사가 준비되면 송씨가 식당 앞의 종을 친다. 식사는 뷔페식으로 차려진다. 18일 점심에는 16가지 반찬이 나왔다. 통밀가루로 고기맛을 낸 '밀고기', 두부조림, 깻잎나물, 물김국 등이 나왔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기다리던 40여명은 나란히 줄을 서서 차례대로 반찬을 골랐다.

김씨는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재료만으로 음식을 만든다면 누구든지 쉽게 건강식을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연이 주지 않는 재료'에 익숙해진 보통 사람의 혀끝에서 자연식은 식사가 아니라 고역이 되기 쉽다. 그래서 김씨는 "예쁘고 맛있는 메뉴 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김씨의 자연식 밥상은 '단백질은 콩류에서, 지방질은 견과류에서, 비타민과 무기질은 채소류에서' 섭취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상에 올리지 않는 것은 육류·생선류·젓갈류(젓갈 넣은 김치 포함)·계란·우유 등이다. "젓갈은 발암 의심 물질인 니트로사민과 니트로사마이드 등이 생길 수도 있어 피하고 발효식품은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생길 수 있으며, 암에 걸렸다가 회복 중인 환자에게는 자극적이라 쓰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대신 발효하지 않은 가루간장으로 간을 하고 된장은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다. 채유(採油) 과정에서 변질할 수 있는 참기름 대신 깨를 그때그때 볶아 쓰고, 설탕 대신 천연꿀이나 호박조청을 넣는다. 신맛을 낼 때는 레몬을 쓴다. 표고버섯, 다시마, 말린 양파가루가 천연 조미료다. 색깔은 노란색 치자와 자주색 비트로 낸다. 곰국이 먹고 싶을 때는 캐슈너트를 곱게 갈아 고소한 국을 끓인다.

김씨에게 봄나물을 자연식으로 즐길 수 있는 법을 물었다. 김씨는 "나물을 무칠 때 호두·아몬드 등 견과류를 섞어보라"며 단풍나물·취나물·머위나물 등 5가지 봄나물을 즉석에서 무쳐 냈다. 천연 소스에 버무려진 고소한 맛에 저절로 젓가락이 갔다.

18일부터 3박4일간 자연생활의 집에서 자연식을 배운 영양사 유재희씨(경기도 가평 '암스트롱' 요양병원)는 "김씨의 식단은 100% 채식인데도 단백질이 부족하기는커녕 넘칠 정도로 충분하다"라고 평가했다.

자연식 전문가 김옥경씨가 즉석에서 무쳐낸 5가지 봄나물.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으로 원추리나물, 머위나물, 냉이, 단풍나물, 취나물. 김씨의 봄나물에는 각종 견과류가 섞여 있어 고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 김용우 기자 yw-kim@chosun.com

●다양한 봄나물 만들기

▲들깻가루 넣은 머위나물무침
재료: 머위 200g, 살짝 볶은 들깻가루 40g, 참깻가루 20g, 가루간장 4g, 즉석된장 120g, 자연식 고추장 60g, 마늘 조금, 아마씨유 조금

만드는 법
1. 어린 머위를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데쳐낸다.
2. 분량의 양념을 넣고 무친다.
3. 살짝 볶은 들깻가루와 참깻가루를 넣고 한 번 더 가볍게 무친다.

▲생캐슈너트가루 넣은 원추리나물
재료: 원추리나물 200g, 생캐슈너트가루 40g, 참깻가루 20g, 가루간장 4g, 아마씨유 조금

만드는 법
1. 싱싱한 원추리를 잘 다듬어서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낸다.
2. 가루간장, 아마씨유를 넣고 무치다가 생캐슈너트가루, 참깻가루를 넣고 가볍게 버무려 준다.

▲호두가루 넣은 단풍나물
재료: 단풍나물 200g, 호두가루 40g, 참깻가루 20g, 가루간장 4g, 아마씨유 조금

만드는 법
1. 단풍나물은 잘 다듬어 깨끗이 씻어서 끓는 물에 데쳐 찬물에 헹구어 광주리에 담아 물기를 살짝 뺀다.
2. 가루간장, 아마씨유를 조금 넣고 무치다가 호두가루, 참깻가루를 넣고 한 번 더 살짝 버무려 준다.

▲아몬드가루 넣은 냉이나물
재료: 냉이 200g, 생아몬드가루 40g, 참깻가루 20g, 즉석된장 120g, 마늘 조금, 아마씨유 조금

만드는 법
1. 잘 다듬은 씻은 냉이를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광주리에 밭쳐서 물기를 살짝 뺀다.
2. 준비한 양념을 넣고 무치다가 아마씨유를 조금 넣고 한 번 더 살짝 무친다.
3. 생아몬드가루, 참깻가루를 넣고 살짝 버무려 준다.

▲잣가루 넣은 취나물
재료: 취나물 200g, 잣가루 40g, 참깻가루 20g, 가루간장 4g, 아마씨유 조금

만드는 법
1. 싱싱한 취나물을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서 광주리에 담아 물기를 살짝 뺀다.
2. 가루간장, 아마씨유를 조금 넣고 무치다가 잣가루, 참깻가루를 넣고 살살 버무려 준다.

천연소스 만드는 법

▲즉석된장
재료: 불린 대두 120g, 양파 30g, 생수 5컵, 채소국물 3큰술, 가루간장·다진 마늘·깨소금 1큰술씩, 다진실파 1작은술

만드는 법
1. 대두는 물을 붓고 하룻밤 충분히 불려 같은 양의 물을 붓고 30분간 삶는다. 2. 양파·마늘은 다지고 실파는 송송 썬다. 3. 삶은 콩은 물기를 제거한 뒤 절구에 알갱이가 씹힐 정도로 찧는다. 4. 3에 채소국물, 가루간장, 깨소금을 넣고 2를 고루 섞어 된장을 만든다.

▲자연식 고추장

재료: 단호박 200g, 고춧가루 50g, 조청 100g, 현미찹쌀가루 60g, 생수 50cc, 천일염 10g

만드는 법
1. 단호박은 껍질을 벗기고 씨를 제거한 후 압력밥솥에 분량의 물을 넣고 푹 삶는다. 2. 삶은 단호박은 뜨거울 때 주걱으로 으깬다. 3. 으깬 단호박에 현미찹쌀가루·조청을 넣고 끓인다. 4. 끓고 나면 소금과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린다